이 글에서는 교토역 하치조 출구에서 남동방향으로 도보 약 15분 거리의 히가시쿠조 지역을 소개합니다.
예전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밀집되어 있었던 이 지역은 관광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인접 지역에 교토시립예술대학이 2023년에 이전되기로 예정되어 있어 '문화예술도시 교토'를 표방하는 교토시에서 향후 큰 변화가 기대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가시쿠조의 매력을 전해주는 안내인은 히가시쿠조 지역에 새로운 민간 소극장 'THEATRE 9 KYOTO'를 오픈한 주역, 가게야마 요타 지배인입니다.
안내인: 가게야마 요타
가게야마 씨는 일본에서 유명한 수많은 대형극장 설립에 참여했습니다. 그가 관여한 극장 중에는 교토시의 'ROHM 시어터 교토', 가나가와현이 운영하는 '가나가와 예술극장(KAAT)', 나가노현 마쓰모토시립 '마쓰모토 시민예술관' 등이 있습니다.
가게야마 씨는 교토에서 태어났지만 오사카에서 살았습니다. 대학 재학 중 요리를 전공하기로 결심하고 훗카이도 삿포로시의 일식당에서 수행을 하다가 인연이 닿아 도쿄의 '배우좌극장(俳優座劇場)'에 경험이 없는데도 입사하여 무대예술의 길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무대예술과 요리는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지만 가게야마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음식도 공연도 형식을 포함해 모두 사람의 기억 속에 남는 것입니다. 음식은 맛에 대한 기억이 실제로 먹은 것 이상으로 훨씬 맛있게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극장의 라이브 공연도 매우 유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지 않았어요.”
가게야마 씨는 1990년대부터 무대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교토를 방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교토에는 멀티미디어 퍼포먼스의 선구적 존재인 '덤 타입(Dumb Type)'이나, 결성 30년을 맞은 교토의 노포 극단 'MONO'의 쓰치다 히데오 씨 등의 활약이 눈부셨다고 합니다.
교토의 공연예술계는 계속 확장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약 5년 전부터 소극장 건물 노후화와 오너의 고령화로 줄줄이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가게야마 씨는 당시의 심정을 회상하면서 말합니다. “소극장의 소멸이 교토 공연예술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했어요. 소규모 극장이 없어지면 많은 예술가들이 스타트업이나 실험적 작품에 도전할 자리가 없어져요. 비록 대형극장이 있어도 교토에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나 예술가가 등장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 '덤 타입'과 같은 특정 카테고리에 얽메이지 않는 예술가들이 자라는 토양은 대형극장이 아니라 소극장이에요."
2019년에 오픈한 THEATER E9 KYOTO는 블랙박스형 소극장으로 '100년을 이어갈 극장을 만들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지 극장을 만드는 것이 끝이 아니라 역사적 경위를 고려한 '다문화 공생'을 목표로 내거는 지역주민들과 교류를 거듭하면서, 거주자와 방문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더 나은 지역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 지역을 가게야마 씨가 안내해주셨습니다.
히가시쿠조 지역의 특징
“히가시쿠조 지역은 앞으로 몇 년간 교토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크게 변할 거에요"라고 가게야마 씨는 말합니다.
THEATER E9 KYOTO 근처에는 상점들과 주택 사이에 잡초가 무성한 넓은 공터와 철거 중인 건물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주거환경 문제를 비롯한 여러 역사적 과제가 있었습니다. 현재 공터인 곳에도 예전에는 많은 집들과 시영 주택이 있었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과소화가 진행되었습니다. 건물들을 허문 후에도 지방행정부가 여전히 이 지역을 주거용 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넓은 부지를 활용하지 못한 채 방치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비주거용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고,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한 '다문화 공생'이라는 목표를 향해 큰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지역 커뮤니티와 유대감을 형성
“일반적으로 예술과 극장은 일상 밖에 존재하는 문화입니다. 아마도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에요”라고 가게야마 씨는 말합니다.
히가시쿠조는 일본의 일반적인 주거 지역과 약간 다르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일본 기준) 문화적 다양성이 있는 곳입니다. 가게야마 씨의 연극 프로젝트는 일본의 전형적인 주거 커뮤니티에서는 이곳처럼 조화를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소극장을 계획할 당시 그의 첫 번째 목표는 지역사회 구성원의 이해와 수용을 받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소극장 오픈 전의 약 2년 동안, 가게야마 씨는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지역축제에 참여했으며, 교토의 예술가들을 초청해 주민들과 공동작품을 만들거나 공터를 활용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지역사회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극장이 오픈한 후에도 상호교류가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극장 문화를 지역의 문화로
가게야마 씨는 지금도 극장과 지역사회 사이에 지속가능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100년 동안 지속된 현대 연극을 위한 소극장은 없습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인정을 받고 극장이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극장 문화를 꼭 지역문화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더 많은 지역사회 구성원을 극장으로 데려오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지역주민에게 'E9 Area Membership'이라는 특별한 멤버십을 제공하는데 일반객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1년간 극장에 올 수 있는 제도에요.” 덕분에 무대예술에 관심이 없었던 지역주민들이 공연을 자주 관람하러 왔습니다. 또 지역의 어린이 단체와 함께 영화제작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예술가들이 극장을 이용하게 되었고, 더 많은 관객들이 외부에서 찾아와 지역주민과 방문객 간의 상호교류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곳은 뒷골목에 있다.
히가시쿠조에는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골목길이 많습니다. 가게야마 씨는 미술전시 등의 다양한 활동에 이용되는 'Coworkation Space 구조유(九条湯)'로 저를 안내해주었습니다. 이곳은 지역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원격 근무를 하는 곳입니다. '구조유'는 이 건물에 있었던 옛 공중목욕탕의 이름입니다. 2008년에 문을 닫았지만 이 공유사무실은 목욕탕 내부의 예전 분위기를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소통과 창의적 협업을 도모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기획되었으며, 해외에서 찾아온 방문자들과 교류하거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곳을 기점으로 새로운 이벤트나 교류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됨으로써 새로운 명소와 활동 거점이 늘어나고 교류도 활발해질 것입니다. 앞으로 이 지역에 일어나는 새로운 변화를 탐구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